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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무 작성일05-07-25 04:42 조회6,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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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화개골
 
서울의 봄이 왜 이렇게 더딘가 답답하더니, 역시 남쪽 지방은 봄이 문턱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남쪽 동네 찾아온 봄 발걸음이 이리도 성큼이면 내가 사는 동네 봄도 머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렵사리 도착한 지리산 남쪽 화개(花開)골. 그야말로 꽃이 피는 골짜기였다. 봄볕이 완연하고, 매화와 산수유화도 온 산 가득 만발이다. 이미 주말에 사람으로 산을 이루고 몸살을 했다고 하니 앞으로 봄이 다 가도록 주말마다 벌어질 북새통으로 이미 객(客)의 마음은 편치 않지만,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해마다 그 몸살이 일상이고 즐거움이어서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화개골의 심장에 자리 잡은 쌍계사에는 진감선사의 부도비가 천년을 넘게 지키고 있다. 신라 최고의 학자 최치원 선생은 이 비문에 천년 전 화개골의 모습을 이렇게 남기고 있다. “드디어 기이한 지경을 두루 선택하여 남쪽 고개 산기슭을 얻으니 높고 시원함이 제일이었다. 뒤로는 노을진 언덕을 의지하고 앞으로는 구름이 이는 시내를 굽어보니 안계(眼界) 맑게 하는 것은 강 건너 먼 산이요 귀를 서늘하게 하는 것은 돌 구멍에서 솟는 여울이다. 더욱이 봄에 피는 시내의 꽃과 여름에 그늘지는 길 옆의 솔이며, 구렁을 비추는 가을의 달과 봉우리를 덮는 겨울의 눈들이 사시사철 변하고 만상(萬象)이 빛을 번갈으며 백가지 울음소리가 어울려 읊조리고, 수 천개의 바위들이 다투어 빼어났다.”

벌써 그곳을 다녀온 지도 여러 해가 지난 터라 그곳의 변화가 생경하기만 하였으니 지형을 달리한 널찍한 주차장이며, 길가에 들어선 여러 식당과 시설들만 보아도 얼마나 사람의 발길이 부산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문화와 여행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는 요즘 좀더 편하고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관광지의 풍광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사람들의 분별없는 요구에 따라 변해가는 지리산의 풍광과 지형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누구를 탓할 바도 아니고 편리를 앞세운 도시의 일상을 자연으로까지 끌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나의 무심함도 자꾸 돌아볼 일이었다.

김 현 정 / 상명대 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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