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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화개곡 쌍계사

쌍계사
2017-07-03 20:54
작성자
쌍계사
작성일
2017-07-03 20:54
조회
6635

 

보물찾기 하듯 볼거리 찾는 재미 쏠쏠

십리벚꽃길 따라 茶박물관 지나 절집

723년 금당에 육조 혜능 頂相 봉안 창건

쌍계사는 두 시내가 만난다는 뜻서 유래

천왕문 지나 계단 위 9층 석탑과 팔영루

경내엔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대공탑비

많은 국보·보물에 흙벽 기와꽃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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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에서 내려다보면 팔영루, 적묵당, 설선당으로 둘러싸인 적요한 터에 ‘진감선사대공탑비’가 대단한 위엄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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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을 통과하면 계단 위 9층 석탑과 팔영루가 와락 다가온다.
초록이다. 화개곡(花開谷)이 온통 초록의 차밭이다. 누구의 솜씨일까 저 차밭의 곡선은. 나무들은 여럿이나 하나인 듯, 부드럽고 두터운 곡선을 짓는다. 봄날의 십리 벚꽃 길도 지금은 초록이다. 어둑어둑한 초록의 터널에서 자꾸만 밖을 더듬다 그예 멈춰 밭으로 내려선다. 정연함으로 아름답고, 아름다움으로 정연하다. 무릎이 푹 꺾이는 것을 느낀다.

◆화개곡을 올라

꽃나무가 듬성해지자 화개곡 길가에 찻집이 많다. 실내 냉방을 마다하고 차밭을 내려다보며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의 실루엣이 세상 평온하다. 차밭은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 지나 신흥에 이르기까지 약 12㎞에 걸쳐 이어진다는데, 보통 사람들은 쌍계사 너머로는 잘 가지 않는단다. 꽃길 혹은 쌍계사(雙磎寺)가 목적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나 역시 쌍계사 이정표를 따라 골짜기를 훌쩍 넘는다.

커다란 손이 찻잔을 쥐고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찻잔에서 분홍색 꽃이 쏟아진다. 하동 야생 차 박물관이다. 왕에게 바친 최고의 차라는 하동차에 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한 가족이 박물관 주변을 거닐다 쌍계사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 여유로운 모습에 감복한다. 쌍계사까지는 아직 좀더 가야 한다. 가파른 길이다. 식당들이 보이면 이제 다 왔구나 싶지만 아직이다. 널찍한 주차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계곡에 놓인 평상과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나아간다.

사하촌 골목길에 ‘차나무 시배지’ 이정표를 슬쩍 본다. 신라 흥덕왕 3년인 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大廉)이 차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왕의 명으로 처음 심었던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차나무는 고사한 채로 모셔져 있다. 매표소를 지나자 눈도 귀도 고요해진다. 점차 물소리가 들리고, 새소리도 들린다. 밝고 건조하던 햇볕이 몽글몽글한 생기로 이마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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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전 흙벽에 기와로 새겨 놓은 꽃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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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500호인 대웅전. 정면 5칸, 측면 3칸, 다포계 팔작지붕 건물이다.
◆삼신산에 들면

넓고 잘 닦인 길이다. 모든 사람과 소수의 차가 함께 누리는 길이다. 길가 축대 위에 노란 들꽃이 피었고, 안전 산행을 위한 앱을 소개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쓸쓸한, 웃음이 난다. 차와 사람의 길이 나누어지면서 멀리 일주문이 보인다. 지리산은 삼신산이라고도 한다. 삼신산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세 신산(神山)이다. 그를 본떠 금강산은 봉래산(蓬萊山), 한라산은 영주산(瀛洲山), 지리산은 방장산(方丈山)이라 부른다. 일주문 편액도 ‘삼신산 쌍계사’다.

외청교(外淸橋) 건너 일주문, 금강문, 내청교(內淸橋) 건너 천왕문을 지난다. 조금씩 삐뚤해 보이는 다리들은 계곡의 생김을 그대로 따른 탓이다. 부처의 세계로 들어서기 위한 세 개의 관문을 모두 지났다. 생각하면 쌍계사는 조금 무시무시하다. 신라 성덕왕 22년인 723년 삼법(三法), 대비(大悲) 두 스님이 당나라 육조(六曹) 혜능 대사의 정상(頂相)을 모시고 와서 “지리산 곡설리(谷雪里) 갈화처(葛花處)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에 따라 정상을 봉안한 곳이다. 정상, 즉 머리다. ‘눈 속에 칡꽃이 핀 곳’에 육조의 머리를 봉안한 것이 쌍계사의 시초다.

천왕문을 지나자 계단 위로 화려한 9층 석탑이 하늘을 찌르고, 그 뒤로 팔영루(八泳樓) 맞배지붕이 먼 능선과 나란히 담담하게 자리한다. 삼법이 죽은 후 100년 쯤 지나, 진감혜소(眞鑑慧昭) 국사가 이곳에 육조 영당을 짓고 절을 크게 확장해 옥천사라 했다. 국사는 여기서 선과 불교 음악인 범패를 가르치셨는데, 팔영루가 바로 그 교육장이다. 차의 보급이 본격화된 것도 혜소 국사에 의해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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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범종루.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육조의 정상을 모신 금당이다.

 ◆쌍계사 보물들 즐비하네

쌍계사라는 이름은 정강왕 때 얻었다. 산문밖에 두 시내가 만난다는 뜻이다. 팔영루와 대웅전 사이 적묵당과 설선당으로 둘러싸인 적요한 터에 ‘진감선사대공탑비’가 대단한 위엄으로 서있다. 비에는 진감선사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정상의 봉안에서부터 쌍계사 이름을 얻은 것까지 기록되어 있다. 비문은 고운 최치원의 글이다.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장엄하다. 대웅전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축선에서 살짝 벗어나 돌아선 모습까지 아름답다.

진감선사대공탑비는 국보 제47호다. 대웅전은 보물 제50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외에도 혜소국사의 사리탑, 팔상전 영산회상도, 대웅전 삼세불탱, 팔상전 팔상탱,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등이 나라의 보물들이다. 쌍계사는 임진왜란으로 거의 폐허가 되었다. 인조 14년인 1636년부터 시작된 중창, 중수는 고종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975년을 전후해 고산스님에 의한 대대적인 중수가 이루어져 쌍계사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9층 석탑은 1990년, 대웅전 뒤 금강계단과 마애삼존불은 2000년 이후의 것이다. 다시 천년 후를 생각해 봄직한 오늘이다.

자꾸만 돌아보고 오래 배회한다. 진감선사대공탑비의 검은 대리석의 옆모습, 이름 없는 등탑과 석탑들, 나무 뒤에 숨어 대웅전 앞마당을 지긋이 바라보는 다정한 표정의 마애불, 나한전 흙벽에 기와 조각으로 새겨 놓은 꽃, 금강계단 옆 높은 굴뚝의 장식을. 그리고 금당과 대웅전과 팔영루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한 화려한 범종루의 계자난간 곁을. 난간 곁에서 높은 계단 위에 잠긴 문을 올려다본다. 금당이다.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영역이다. 혜능의 정상이 저기에 있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가다 남원IC에서 내린다.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 지나 섬진강 따라 하동으로 가면 된다. 남원 분기점에서 순천완주고속도로 순천방향으로 가다 구례화엄사 나들목으로 나가 19번 도로를 타도 된다. 화개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십리 벚꽃길 따라 계속 오르다 용강삼거리에서 다리 건너면 차박물관 지나 쌍계사에 닿는다. 사하촌 식당가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