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감로도는 전체적인 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화면 향우측 하단 쌍송(雙松) 위쪽으로 구름에 흰색의 보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쌍계사 감로도는 구름을 경계로 상단에 구름을 타고 강림하는 불·보살군이 있고, 하단에는 아귀와 제단, 소청의식召請儀式을 행하는 스님들 그리고 육도제상의 일들이 전개되어 있다.
우선 상단의 불·보살군을 살펴보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구름 위에 모두 답할연좌踏割蓮座를 밟고 서 있으며, 제단으로 시선이 모아지는 구도를 이루고 있다.
향우측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지장보살地藏菩薩을 중심으로 세지보살勢至菩薩과 목건련존자, 아난존자가 한 그룹을 이루고 그 앞으로 칠여래七如來가 있으며, 그와 나란히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사여래四如來와 삼보살三菩薩, 그 뒤로 번을 들고 천의자락을 흩날리는 인로왕보살 등의 한 그룹이 있다.
향좌측 최상단에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벽련대반碧蓮臺畔’이 푸른 천공에 떠 있는데, 벽련대반은 18세기 감로탱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도상의 하나로 수도사修道寺감로도(1786)와 같이 여러 무리들에 의해 호의를 받으며 운반되거나, 백천사 운대암白泉寺 雲臺庵 감로도(1801)와 같이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도상을 더욱 부각시키는 등 18세기 중·후반 이후에는 더욱 강조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하단의 화면 가운데에는 음식과 꽃 장엄이 베풀어진 제단과 도재를 거행하고 있는 야외법회장면이다.
연당초가 그려진 천을 덮고 자주색 천판의 시식대 위에는 흰쌀을 수북하게 쌓아 올린 제기와 감로수가 담긴 작은 종지가 제일 앞 열에 놓여 있고, 그 뒤에는 각종 과일을 담은 그릇과 그 사이사이에 초가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번째 열에는 화지花紙와 지전紙錢이 꽂혀 있으며, 시식대 양측에는 꽃이 담긴 큰 화병으로 장식되어 있다.
제단의 좌측으로 의식을 행하고 있는 스님들은 다른 군상들보다 부각 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의자에 앉아 금강령을 흔들며 고혼을 부르면서 재를 주도하고, 그 뒤로 각각의 손에 바라, 나발, 법고를 치는 범패승들이 있으며, 그 옆으로 재주齋主들이 녹색, 적색, 청색의 복식을 갖추고 시식대를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시식대 앞으로는 합장하는 아귀와 흰쌀을 수북이 담은 사발을 든 아귀가 있다.
발우를 든 아귀의 옆으로는 벌거벗은 아이의 모습으로 8명의 고혼孤魂이 표현되어 있는데, 고혼을 사람의 모습으로 묘사한 사례는 벌거벗은 3명의 소아가 불안한 모습으로 있는 약선사藥仙寺소장 감로도(1589)나 주색의 몰골법으로 사람의 형상을 그린 조전사朝田寺 소장 감로도(1591)에서 이미 보이고 있어 이러한 묘사법의 전통을 잇고 있는 것이 쌍계사 감로도(1728)라고 할 수 있다.
하단은 시식대와 아귀를 빙둘러 육도제상들이 묘사되어 있는데, 향좌측에는 유희를 즐기는 사당패와 재주를 넘는 아이들, 사미승을 질책하는 스님, 인간의 각종 죽음, 객사나 횡사자의 생전의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이 전개되어 있다.
제단의 좌측은 제단에 가깝게 배치된 장면에는 장수가 스스로 목을 자르는 모습과 호불선왕好佛先王과 후비와 관료, 이에 관련된 인물들이 묘사되어 있고, 화면의 외곽과 아래에는 들불이 일어나 사람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나 말발굽에 깔려 죽는 사람, 호랑이에 물려 죽는 사람 우물에 빠져 이를 보고 슬퍼하는 유가족 등 예기치 않은 죽음을 묘사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중국식의 복제를 따르고 있으며, 이들 각각의 장면은 흰 구름이나 구릉산 위에 그려진 두 그루의 소나무로 구분되어 있다.
색채는 황색의 바탕 위에 붉은색과 녹색, 청색으로 진채의 색감을 살리고, 군데군데 인물들은 황백의 옷을 입어 화면의 단순함을 피할 뿐 아니라 부드러운 느낌도 주고 있다.
한편 화면의 상단과 하단을 구분하는 기괴하게 솟은 산들은 준법을 사용하여 높고 험한 산을 나타냈으며, 암산에 걸린 엷은 비취색, 황색, 자주의 구름은 먹선으로 윤곽선을 긋고 그 선을 따라 흰색으로 선염하여 입체적인 느낌은 물론 서운瑞雲의 분위기를 나타내었으며, 높은 천공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