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불교

“돈오선, 돈-점 논쟁보다 ‘조화롭게’ 바라보길”

ssanggyesa
2010-12-15 13:31
작성자
ssanggyesa
작성일
2010-12-15 13:31
조회
6129
1981년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성철스님이 펴낸 <선문정로>에 “돈오점수(頓悟漸修, 깨닫고 나서도 점차 닦아나간다) 사상을 신봉하는 자는 전부 지해종도(知解宗徒, 깨달음을 지혜로 이해하는 무리)”라고 밝혀 논쟁으로 불거졌던 ‘돈오돈수-돈오점수 논쟁(이하 돈-점논쟁)’. 결국 부처님의 수행법이었던 돈오돈수(頓悟頓修, 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닦는 것)가 현재 한국 선방에서 다소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여전히 돈-점 논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이다.

 

 지향점은 ‘돈오돈수’지만 수행입장선 ‘점수’

“수좌들 돈점 통해 견성성불 요익중생 하길”


월암스님의 <돈오선(頓悟禪)>은 이러한 돈-점 논쟁 양측 모두의 존재 필요성을 역설하며 회통적 시각에서 돈점수행론을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 월암스님은 “그간의 돈-점 논쟁이 경쟁적이고 소모적이었다.”고 반성하며 “다양한 논쟁수행론을 회통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펼친다.

“법통의 정통성을 차지하려 한쪽을 배척하면서, 돈점의 사상과 수행방법론이 회통되거나 융해되는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논쟁은 이론적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 수행에 어떻게 적용시키고 이를 일상에 어떻게 유용하게 회향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스님은 이와 함께 돈점 논쟁이 “돈점이라는 수행방법론에만 치우쳐 돈오선의 본질을 잊고 있는 형세”라면서 “남종선, 조사선, 간화선이라고 했을 때 모든 수행의 바탕이 ‘돈오(頓悟)’라는 두 글자에 바탕을 두고 있음에도 논쟁에만 치우쳐 원래의 돈오사상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선종사상사 전체를 관통하는 돈점 사상 속에서 이론과 실참, 일(事)과 이치(理), 단박 깨달음(頓悟)과 점차 닦음(漸修)을 아우르는 폭 넓고 역동적인 간화선풍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돈점논쟁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를 융회하고 회통하여 실참실구(實參實究)하고 광도중생(廣度衆生)하는 염원에서 그 동안 연구해 온 논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한국불교계의 돈점 논쟁은 8세기 중국 남북조 시대부터 이어져온 논쟁의 결정판이다. 남북조 시대 ‘소돈오’와 ‘대돈오’의 치열했던 논쟁은 훗날 송나라 영명연수스님과 당나라 규봉종밀스님 때 각각 필요성이 있고 근기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버릴 것이 없다는 논지에 따라 회통되기는 했지만 결국 쇠퇴해 이후 ‘인도는 점수, 중국은 돈수’라는 통설로 자리 잡은 바 있다. 돈오선으로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스님은 돈점수증의 연원으로부터 중국초기의 돈점논쟁과 한국선의 돈점수증론을 이야기하면서 돈오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스님은 책 속에서 돈점사상의 핵심에 대해 “이치는 돈오돈수이지만 현상은 돈오점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정리한다.

“결국 부처님 본래 깨달음의 입장에서 봤을 때 ‘돈오돈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군더더기가 붙을 수 없지요. 그러나 그것은 부처의 자리에서 한 것이지 중생의 근기에서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근기에 따라 돈오점수, 점수돈오, 점수점오 등등의 수정방법론도 다 필요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향할 것은 본지풍광인 돈오돈수이지만 수행의 입장에서는 점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이자 “간화선의 역동적 선풍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 불교 선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다소 파격적 주장을 펼쳤던 소신파 스님답게 월암스님은 이 책이 선방수좌들에게 읽히길 바란다.

“어설픈 깨달음으로 종문을 황폐화하고 ‘깨달음 제일주의’에 경도되어 깨닫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무사안일의 수행행태가 가끔 염려됩니다. 수행자에게는 견성성불(見性成佛)도 중요하지만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요익중생(饒益衆生)도 필요합니다. 선방수좌들이야말로 돈점을 함께 해서 견성성불과 요익중생을 함께하는 분위기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