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전
부도전

부도전

스님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부도가 모여 있는 곳을 부도전이라 합니다.

쌍계사 부도전은 멀리 백운산이 보이는 쌍계 팔경중의 하나인 응봉아래에 있습니다.
부도전에는 쌍계총림 초대방장이자 중창주이신 고산대선사님의 부도 ‘불식촌음’과 쌍계사의 선대조사님인 벽송당 지엄, 허한당 외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부도 1기 등 총4기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선대조사님의 부도들은 본래자리에서 이곳으로 이안(移安) 했습니다.

고산대선사 헌사

밑 없는 돌배(⽯⾈) 타고 다 건너셨네
고산(⼭)대선사(⼤禪師) 기침소리에 옷깃을 여미며

1933년 캄캄한 식민지의 땅 경남 울주에서 몸 받으시고
일찍 여윈 어머니 찾아 동산스님 깊은 산에 들어와
그리운 이름 목놓아 부르다가 그 사무치는 떨림 끝자락에서
어머님 대신 부처님을 찾아내셨네.
경장, 율장, 논장 이 삼장을 다 꿰뚫으시고
마조(⾺祖) 이래 역대 조사들 공안을 단박에 부셔버리고
“마음이 곧 부처다”는 한 깨달음만을 꺼내어
조계 보조의 선교일여(禪敎⼀如)를 한 맥으로 이어
한국불교의 대동맥을 지금까지 박동케 하셨으니 고산 대선사이시다.
아아 무엇이 남아서 아직껏 우리 가슴이 이리 두근거리는 것일까?
일생을 다하여 일체의 것을 버리고, 버리고,
버렸다는 생각마저 버리고, 놓아버리고 놓아버리고
놓았다는 생각마저 놓아버리고, 이 생각 저 생각
끝없이 일어나는 뇌(腦)의 음모를 정지시키고,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의 영도(零度)에 바늘이 멈춘
무게 없는 배, 밑바닥이 없는 돌배(⽯⾈)에 앉아
가없는 허공 싣고 고산 대선사, 마침내 홀연히 강을 건너가셨네.
아아 강기슭 이쪽, 우리 몸을 뚫고 가는 시간의 화살이
2021년 삼월 스무 이틀을 가리킬 때, 받은 몸 돌려주고,
태어나지 않아 죽지도 않는 저 영원한 바깥으로 나가셨네.
깨달아 우뚝 치솟은 밝은 산 고산 큰스님은 일체 흔적을 지우셨으나
잠시 앉았다 가신 쌍계총림의 나무가지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구나.
살아 있는 마지막 날까지 살아서 괴로운 뭍사람들에 손수 다가와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전법교화의 걸음을 멈추지 않으셨으니 스님의
바스락거리는 옷자락 소리, 인자한 음성과 기침소리,
지금도 다가오는 듯 한 당신의 인기척이 어찌 그립지 않을 수 있으랴.
당신의 귀를 지나갔던 지리산 쌍계사의 세찬물소리여
비록소리는 물을 떠났으나 누군가의 몫인 양 여울에 남겨주신
그 물로 달인 죽로차 한 잔,달빛 묻은 문고리 당겨 오늘밤
스님 방에 넣어드리고 싶네.

2021년 9월 황지우, 감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