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인사말 주지스님 인사말

주지스님 인사말


쌍계사 새 누리집을 열며

‘호리병 속의 별천지’ 쌍계사 누리집을 방문해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코로나와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지난 몇 년간 세상은 너무도 많은 변화를 했습니다. 먼 거리를 가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법회를 하고, AR, VR, 메타버스, 인공지능까지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디지털 만능 시대가 되었습니다. 너무 편한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이렇게 빨리 변해가는 디지털 문명 속으로 달려가는 것에 대해 한발 물러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디지털 만능 세상’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가도 사람이 만나서 눈을 보고 가슴을 열고 자연 안에서 생각을 하는 것과 디지털 세상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에 대하여 일찍이 신라의 문장가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선생은 쌍계사를 일러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고 극찬을 했습니다. 이렇듯 쌍계사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 속에 동화되어 사는 세상입니다.

쌍계사의 이러한 근본사상을 잘 담으면서도 기품 있고 지금 시대에 맞는 누리집을 만들 수 있을까 해서 해외에 많은 종교, 역사, 문화 관련 홈페이지들도 찾아보고, 디자이너, 개발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찰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붉은 단청색들을 사용하여 울긋불긋한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청에 그려진 오방색은 단청의 단아함과 어울려 아름답지만, 이것이 디지털화 되었을 때는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색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불교 신도들만의 누리집이 아니라 누구나 쌍계사 누리집을 통해 불교를 접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배울 수 있는 쌍계사만의 소박하고 단아한 품격을 담은 누리집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쌍계사의 누리집에는 쌍계사의 자연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불교의 오방색보다는 스님이 입는 낡고 바랜 법복색인 ‘회색’과 부처님을 상징하는 ‘가사’의 색 중 조계종에서 쓰는 밤색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검소하고 소박한 불교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또한 쌍계사의 원천소스들을 현대적으로 단순화한 아이콘들로 모션그래픽을 적용하여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들을 찾아가듯 세심한 볼거리들을 만들었습니다.

쌍계사는 선·교·율·차와 범패의 근본도량이며 이 모두를 다 공부할 수 있는 종합 수도도량입니다.
쌍계사 중창주이신 우리스님 고산대선사님께서는 쌍계사의 창건이념인 선·교·율·차와 범패를 실천하시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불식촌음(不息寸陰)’의 고산가풍을 세우셨습니다.
그 실천적 대안으로 고산대선사님께서는 백장청규인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를 먹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구나 아는 보편적인 이야기인데, 실제 우리가 살면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제시하셨습니다.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실천했을 때라야 ‘예기(禮記)’에 나오는 ‘물위걸용지인(勿爲乞容之人)’ – 남에게 용서를 구걸하지 않고, ‘능위서타지인(能爲恕他之人)’ – 다른 이를 용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스님 고산대서사님의 이러한 말씀은 ‘삼보정재- 무서운 줄 알아서 허송세월하지 말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주지’라는 소임은 쌍계사 중창주이신 우리스님 고산대선사님의 유지를 잘 받들어 문도들과 본말사스님들이 다함께 불식촌음을 실천하여 새로운 한국불교의 위상을 세우는데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본사주지인 소납부터 ‘주경야독(晝耕夜讀)’을 일상화하여 생산불교(生産佛敎)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2023. 4. 2 고산문도 문장 겸 주지 영담